신뢰가 만든 두 배의 선반
포르투갈은 여러 번 방문했지만, 남쪽 휴양지인 알가르브(Algarve)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포르투와 리스본을 오가며 수년간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에 만난 알가르브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는 현지 약국 체인의 확장이었습니다. 사실 현지 파트너들이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히 연락하고 샘플을 제안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던 곳입니다. 그러다 현지 파트너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더해, 이번에 제가 직접 한국 브랜드들을 대표해 방문하면서 대면 미팅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팅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논의해 온 브랜드의 가능성을 함께 검증하고,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제안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성장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마침 향후 두 달 안에 기존보다 두 배 이상의 진열 공간으로 확대하기로 확정돼, 본격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프랑스 파리의 상징적인 몽쥬약국처럼 포르투갈에서도 저희가 다루는 브랜드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약국 거점으로 키워가고 싶은 곳입니다. 여기에 고급 스파 및 에스테틱 매장과 프로페셔널 전문 매장에서도 각각 새로운 유통의 시작점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포르투갈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포르투와 리스본에서 각각 현지 유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교육을 진행했고, 이번에도 직접 한국 브랜드들을 대표해 제품과 시장 전략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알가르브는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구매력 있는 관광객들,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못지않게 약사나 전문가의 추천을 신뢰하는 소비자들.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큼 현장에서 누가, 어떻게 설명하고 추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년간 포르투갈 시장을 개발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류와 특히 통관, 그리고 재고 운영에 예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시장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습니다. 바로 옆 스페인과도 접근 방식이 달랐습니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현지 파트너의 중요성이었습니다.
한국의 일부 브랜드사들은 제품을 출고하면 거래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지 파트너에게는 그때부터 진짜 일이 시작됩니다. 매장을 설득하고, 직원을 교육하고, 진열 공간과 재고를 확보해야 합니다. 판매가 부진하면 다시 현장을 찾아 해결책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돈과 시간만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현지에서 쌓아온 자신의 신뢰까지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시장이 열리고 거래처가 확보되면 기존 파트너를 우회하거나, 처음 약속했던 조건을 바꾸려는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현지 유통사는 자신의 네트워크와 비용을 투자해 시장을 개척했지만, 정작 그 성과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지 유통사 역시 브랜드를 신중하게 검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열린 이후에도 약속을 지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대인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신뢰만 강조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브랜드가 직접 관리할 영역과 현지 파트너의 책임, 시장개발에 필요한 투자와 성과에 대한 보상까지 처음부터 명확히 합의해야 합니다. 특히 자원이 제한된 중소 브랜드일수록 여러 국가에 동시에 진출하기보다, 제대로 된 파트너가 있는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르투갈에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실 이번 출장에는 비즈니스 외에도 꼭 지키고 싶었던 약속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현지 파트너의 70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거의 1년 전부터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70번째 생일은 자신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기에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소중한 사람들 가운데 저를 생각해 주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고마웠습니다.
저는 가장 먼 곳에서 찾아온 사람들이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난 4년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함께 시장을 개척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수없이 만나며 쌓아온 시간들. 어느 순간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Trust is built in very small moments.”
“신뢰는 아주 작은 순간들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이번 알가르브의 새로운 유통망도 결국 그렇게 쌓인 시간 위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브랜드가 빠른 입점과 매출을 원합니다. 하지만 한 시장을 오랫동안 함께 지키고 키워갈 파트너를 만나는 일은 그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번에 확정한 것은 두 배가 넘는 진열 공간이지만, 제게 더 큰 의미로 남은 것은 그 뒤에 함께한 4년의 시간이었습니다.
계약은 거래의 시작일 뿐입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약속을 지키며 쌓아온 신뢰가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신뢰가 포르투갈에서 또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