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 전시회, 경험을 전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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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참관을 하기 몇 주 전부터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한국에서 올려지는 CES에 관련된 관전 포인트나 전망에 대한 기사와 의견들이 가득 차 있었고 전시회를 다녀와서도 한주동안은 참관 및 참여 업체들의 리뷰 기사가 수없이 올라오는 등 한국의 CES 전시회 사랑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참관을 통하여 세계 IT 트렌드를 한눈에 알 수 있었으며 짧은 시간동안 한해 트렌드를 전망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했던 CES 전시회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다지 주목을 받는 행사는 아니었고 오히려 컴덱스(Comdex)라는 행사가 컴퓨터 사업과 함께 IT 산업의 흐름을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컴덱스는 컴퓨터 산업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면서 위상이 점차 떨어지게 되었고 이와 반대로 CES는 가전제품과 IT가 접목이 되고 있는 부분을 통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분을 잘 활용함으로써 매년 그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약 1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번 전시회를 방문하면서 참여 기업들이 엄청난 사업창출의 기회를 확보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를 참관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삼성, 현대,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예상보다 많은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이 참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약 300개에 가까운 한국 업체들이 참가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번 참관의 주 목적은 기존 고객사들과 소통하면서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한곳에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무척 기대가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참가한 해외 스타트업 및 기업들과 비교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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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대한민국 업체들의 부스를 방문해 보며 반가운 마음은 뒤로하고 아쉬운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분명 세계적인 행사에서 큰 기대를 갖고 참가한 업체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실망한 업체 담당자 분들도 다수 눈에 띄기도 했고요. 결정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대부분의 전시관은 대기업들의 차지였고 특히 Tech East에 위치한 전시관에는 정말 많은 인파들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같은 Tech East라고 하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South Hall 2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가 몰렸으며 남쪽에 위치한 South Plaza는 정말 한산하기만 했습니다. Tech West 같은 경우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전용관 유레카 파크가 위치해 있어서인지 꽤 많은 인파가 몰리기는 했지만 Tech East와 견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많은 한국 업체들이 위치한 Tech West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느꼈던 부분을 나열해 봅니다. 그냥 단순히 한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리뷰를 하고 혁신 있는 제품들을 나열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이미 검색을 통해 수많은 전문가들의 분석 자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이번 행사에 현지인 혹은 바이어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부스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부분을 전달함으로써 큰 기대를 가지고 행사에 참가했던 업체들, 그리고 추후 전시회를 참가하게 될 업체들에게 제대로 된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어 놓고 판매할 생각을 한다.”

실제로 좋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들은 넘쳐났습니다. 다른 국가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비교해 봤을 때 기술에 대한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고 느꼈고 오히려 국내 업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근데 분명 신선한 제품이기는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제품일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잠재 고객들이 필요한 것을 권해야만 한다. 고객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제품의 수준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로 이를 혁신이라 포장하여 참여한 많은 국내 업체들과 마주하였고 다들 혁신을 강조하지만 과연 그 혁신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수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 해놓고 혁신이라 강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미 어디선가 접해본 제품들도 다수 눈에 띄었는데 경쟁사들과 차별화 되어있지 않으면 그 후 진행하게 되는 어떠한 분야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이 전시회의 가장 큰 목적이라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부스를 방문하면서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과 마주할 때마다 가능하면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다들 수긍을 하면서도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은 내려놔야 한다.”

처음부터 최고일 수는 없고 모두가 최고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부분은 높이 살만 하지만 자신들의 제품이 최고라는 자만심을 가지고 현지인들의 피드백을 무시한다면 결국 스스로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최고의 제품이나 세계 최초의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만 합니다.

“관계의 시작은 소통이다.”

부스를 방문할 때부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약 50개국에서 온 스타트업 업체들과 마주했을 때 느꼈던 부분은 친근함 이었습니다. 우선 쉬운 영어가 눈에 띄었고 제품 설명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농담을 섞어가며 어쩌면 전문적인 세일즈맨들에 가까웠고 이 때문에 부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자꾸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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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한국 부스 담당자 분들은 먼저 말을 걸 때까지 대부분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부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제품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더라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거나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요. 통역을 하시는 분들이나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방문객을 대응하는데 있어서 너무 소극적이었고 간혹 대표님들께서 짧은 영어에도 불구하고 직접 열심히 설명하는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방문자들이 알기 원하는 제품 컨셉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는 제품 설명이나 주문 물량, 또는 판매가 주 목적이었습니다. 한정된 시간내에 수많은 다른 부스를 돌아다녀야 하는 바이어 혹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제품의 탄생 과정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궁금한 부분이 아니며 당장 구매를 결심하기에는 충분한 신뢰를 쌓은 사이도 아닙니다. 짧은 시간내에 큰 임팩트를 가지고 바이어나 투자자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간단하고 쉽게 설명해라.”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가 있죠. 준비해 온 홍보물이나 패키징에도 많은 문제점이 보입니다. 홍보물을 보면 딱 봐도 재미가 없습니다. 사진보다는 글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고 이로 인하여 처음 느꼈던 관심이 금방 다 식어버리게 됩니다. 흥미를 유발시키는 홍보물을 통하여 스스로 검색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하여 방문자로 하여금 금방 피곤하게 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간단하고 쉽게 설명했던 이스라엘,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더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번역에 관한 부분도 무척 아쉽습니다. 대부분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한 듯 합니다. 슬로건이나 제품 설명에 있어서 완벽하지 않는 영어 문장들은 신뢰감을 급 하락 시킬 수도 있으며 어떤 부분은 법적 분쟁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부분들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행사를 준비하기 훨씬 이전부터 확실하게 마무리 했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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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확인한 방문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아야만 합니다. 보통 구글에 검색을 하거나 소셜미디어 채널을 검색하여 제품의 반응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 이후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며 인지도나 반응을 확인한 이후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부분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관심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혹은 힘들게 얻은 관심을 한방에 날려버리게 될지 결정이 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공유하게 해야 한다.”

직접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전시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를 잘 활용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홍보물이나 설명, 혹은 영상만으로 단시간 내에 제품을 알리기는 쉽지 않으며 설사 그들이 듣는다 하더라도 오래 기억할 지는 미지수 입니다. 단순히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것에 끝나지 않고 전시회를 통해 제품이나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이 경험을 주위에 알릴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결국 단순히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그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최대한 수집해서 수정해야 할 부분을 고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조금 뜻밖의 장면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되는 시점이라 그런지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부스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아마도 바쁘지 않아서 다른 부스를 참관하러 가신 듯 합니다. 간혹 이미 정리를 마친 빈 부스들이 눈에 띄기도 하고요. 과연 100% 자사 비용으로 참가를 했다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지원사업을 통해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사실 북미에서만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온 경험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북미 현지 업체들은 지원사업이 아닌 100% 자사비용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도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원사업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단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히 준비를 마친 업체들이 이를 극대화 해 나가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이 되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원사업 없이는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조차 어려워 하는 업체들이 간혹 눈에 띄기도 합니다. 행사 참가가 단순히 참가했다는 성과로 포장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실질적인 기회로 연결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만 합니다. 어쩌면 수많은 업체들이 이미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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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번 행사를 참관하면서 이번 CES 전시회를 통해 미국이 얼마나 많은 경제 효과를 누릴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실제로 참관을 위해 예약했던 숙박비만 하더라도 평소의 몇 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방을 구하기 어려웠고 교통비를 포함한 체류비에 생각보다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참관하는 비용도 다른 전시회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마도 부스로 참가하는 기업들의 부담금은 훨씬 더 엄청나겠죠. 어쩌면 재주는 대한민국이 부리고 미국이 돈을 버는 구조로 가는 것 같습니다.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떤 곳은 시간당 고작 몇 명이 지나가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국가별 참가하는 기업 숫자로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퀄리티를 높여서 검증된 소수의 좋은 업체들이 제대로 된 장소에 참여하는 것이 퀄리티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전시회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좋은 성과를 동반할 아주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CES를 포함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보다는 피드백을 교훈삼아 이를 성장하는 계기로 삼기 바라며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IT 강국, 그리고 수출 강국의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